에코아나키즘은 에콜로지(Ecology)와 아나키즘(Anarchism)의 합성어. 아나키즘의 시각으로 에콜로지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미다. 에코아나키즘에 접근하려면 우선 아나키즘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 아나키즘은 그동안 무정부주의 테러리즘 몽상주의와 같이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아나키즘이 등장한 것은 19세기 중반 유럽이다. 프랑스의 사회주의자 프루동이 처음 이 용어를 사용해 이론을 세웠고 러시아의 사회주의자 바쿠닌 크로포트킨 등이 체계화했다. 아나키즘의 핵심은 반(反)권력, 반(反)국가이다. 그러나 당시엔 과격함과 실천전략의 부재로 인해 힘을 얻지 못했다. 마르크스주의가 테러리즘 모험주의 몽상주의라는 이름으로 아나키즘을 ‘왜곡한’ 탓에 의미가 변질됐다. 아나키즘이 새 옷으로 갈아입은 것은 1960년대 유럽에서이다. 아나키즘의 본질을 제대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본질은 다름아닌 환경친화적 생태주의, 상호부조와 자유에 기초한 공동체주의등. 소규모 공동체 생활, 최소의 소비를 통해 환경친화를 실현하자는 구체적 내용이 담겨 있다. 크로포트킨과 같은 19세기 아나키스트들이 이미 구상했던 내용이다. 이후 아나키즘은 환경친화적 속성으로 인해 생태 위기를 해결할 대안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에코아나키즘으로 발전해나갔다. 유럽, 미국, 일본, 호주 등지에선 이미 하나의 중요한 이론 틀로 자리 잡았다. 아나키즘의 환경친화적 속성, 국가 권력의 잘못된 억압을 거부하고 공동체주의를 추구하는 속성은 이 시대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일치한다. 아나키즘은 또한 반(反)위계적, 반(反)권위적, 반(反)도그마적, 반(反)이데올로기적이라는 점에서 탈(脫)중심의 포스트모던시대에 잘 어울린다. 환경친화적 공동체주의 등에서 나타나듯 에코아나키즘은 이데올로기라기보다는 하나의 삶의 양식이다. 그래서 더 실천적이다. 협동적이고 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점, 이념적 가치보다는 공동체적 삶의 가치를 중시하는 점, 연대 결속 관용의 미덕을 중시하는 점 등이다. 유럽의경우, 실제로 아나키즘 공동체가 적지 않다. 아나키즘은 어떤 규정된 틀을 거부한다. 권력화나 조직화를 지향하지 않는다. 이것이 (에코)아나키즘의 매력이자 강점이다. 거대 이념을 거부하고 삶의 부분 부분에서 새로운 생태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에코아나키즘이다. 에코아나키즘은 또한 절대 진리를 믿지 않는다. 모든 것은 변하고 쓰러진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유토피아는 완성되는 순간 곧 닫힌 유토피아로 변질한다는 믿음에서다. 이런 점에서 에코아나키즘은 낭만적이고 자유주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