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화약고 중동 지역에 평화의 기운이 싹트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팔레스타인의 독립 국가 설립을 둘러싸고 30년 가까이 적대 관계를 유지해온 이스라엘과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가 마침내 구원(舊怨)을 청산, 평화정착의 길로 나섰다. '93년 9월 13일 양측간의 평화 협정이 공식 조인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정치적 대결은 일단 종지부를 찍게 되었으며 PLO는 이로써 일단 정치적 독립은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 PLO와 이스라엘 간의 상호 인정과 생존권 존중은 아랍과 이스라엘 간에 가로 놓였던 장벽 해체의 시작을 의미한다. 전문 17조로 되어 있는 평화 협정안은 팔레스타인人의 입장에서 보면 불만스러운 내용으로 점철돼 있다. 우선 자치 허용 지역이 요르단 서안 전지역이 아닌 에리고시와 가자 지구로 국한돼 있음은 말할 것도 없고 자치 내용 역시 행정·사법·입법 분야에서의 권한이 크게 제한돼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가령 협정안은 강력한 팔레스타인 자치 경찰의 창설을 허용하고 있지만 대외 군사 문제는 이스라엘이 관장하며 또 유태인 入植者에 대한 보호 역시 이스라엘 정부의 관할 사항으로 규정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팔레스타인이 잃었던 옛 땅을 되찾고 자치를 허용받는 것으로 중동의 평화가 완전히 정착될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낙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