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일본의 경우 은행들이 기업의 경영활동에 깊숙이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은행간 의결권 대리행사와 상호 주식소유 등을 통해 기업에 대한 은행의 의결권을 강화하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이를 의결권 블록(voting bloc)이라고 한다. 독일의 경우 1920년대 공공시설 산업과 특정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설립된 금융회사와 지역은행을 베를린 대형은행이 흡수하면서 생긴 하우스 방크(hausbank) 제도를 통해 은행이 기업경영에 영향을 미친다. 기업이 부도 위기에 처했을 경우 대출금의 출자전환이나 매각 주선 등의 업무까지 수행하는 등 폭넓은 역할을 한다. 특히 외부인사로 감독이사회에 참여해 경영이사회를 감시하기도 한다. 한때 독일 100대 기업 가운데 96곳의 이사회에 임원을 파견했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일본은 우리와 유사한 주거래제도(main-bank)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처럼 기업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거래관계를 맺으면서 가장 많은 자금을 차입한 은행으로부터 기업들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우리보다 기업경영에 간여하는 정도가 심하다는 점이 다르다. 우리는 기업이 부도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은행관리라는 방식을 택하는 소극적인 형태지만 일본은 은행 경영진이 계열기업 내 사장단회의에 참석하는 등 상당히 적극적이다. 우리는 최근 주거래은행 제도를 개선하고 이른바 30대 계열을 주채무계열 제도로 바꾸는 등 은행의 경영권 간섭행위를 배제하는 금융정책을 펴고 있어 이들과 대비된다.